에세이

일상 속 내 마음

수지 문지기 2022. 1. 23. 09:27

-아침에는
평안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었다. 몽롱한 정신이 밝아져 평범한 내가 되어갈 때 좀 더 여유롭고 싶다. 물을 끓여 도라지 차를 내린다. 한 모금은 입을 헹구고, 두세 번째 모금은 마시고, 나머지는 모두 버린다. “버려진 것”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몸속에서 따듯하게 섞이지 못하고, 차가운 철 위에 혼자 식어가니까. 1~2초 정도 불편한 감정이 지나간다. 하지만 내 몸에 온기가 퍼지면 “그것”은 금세 잊혀 버린다. 여유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으니까.

-너를 볼 때면
그녀에게 다가서고 싶은 마음과 체통을 지키라는 마음이 충돌한다. 일상 대화를 하며 그 사람을 알고 싶을 뿐인데, 이 세상에는 제약이 너무 많다. “아니다”, 단지 대화만 원했으면 이렇게 부담되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이 무거운 건, 그를 갖고 싶은 열망이 무겁기 때문이다. 무거운 마음, 구속된 행동 때문에 너에게 다가설 수 없다. 여유 있는 프랑스 남자가 되고 싶다. 네 근처가 아니라 너와 있을 수 있게. 


-나에게 낭독 (제목은 책에서 발췌함)
지친 하루의 마지막에는 누군가 낭독해주는 시를 듣는다. 불은 모두 끄고 베개에 몸을 기대어 듣는다. 이미 어두워진 방. 나는 다시 눈 감는다. 그리고 문장을 하나씩 상상한다. 그곳에선 모두 사랑을 이야기한다. 꽃도 사랑이고, 이름도 사랑이고, 눈빛도 사랑이다. 사랑밖에 모르는 그들이 유치해 낭독을 멈춘다. 불을 켰다 유리창 속 내 모습이 싫어 다시 끄고 눕는다. 한참 후 작게 목소리를 내본다. 이미 알고 있는 시. 받을 사람이 없는 시를 나 혼자 불러 본다. 힘없는 내 글을 나에게만 낭독. 

-지도를 보며
당신이 떠난 뒤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구글 맵 켜서
당신이 태어난 곳,
우리 함께 한 곳,
지금 머무는 곳
찾아봅니다

위성사진 보며
닿을 수 없는 당신을
떠올립니다

지도가 있어 다행입니다
혼자 추억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지도가 있어 애석합니다
추억이 흐려지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