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수지 문지기
2022. 2. 16. 21:44
너는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죽인다
무표정하게 앞에 앉아 다른 남자와 카톡을 하고
말도 없이 술집을 나가 전자담배를 빨아댄다
다만 너는 아름답기 때문에
나는 피지 않는 담배를 빌려 너와 함께 빨아댄다
니코틴 때문인가 5월 밤의 기분 좋은 선선함 때문인가
너는 기습적으로 다가와
팔짱을 끼고 오빠라고 나를 부른다
나는 수많은 오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너는 아름답기 때문에 그리고 내 품에 있기 때문에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너는 나를 죽이고 간다
카톡에서도 가상공간에서도 사라져 닿지 않는다
이런 엔딩을 예감했다 우린 결이 달라
처음부터 오래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쫓기면서도 빛을 내는 반딧불이처럼
아름다움을 쫓는 것은 나의 본성이기에 다가설 수밖에 없었다
너는 너무 아름다웠다.
* 나태주 시 제목 발췌/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