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2

3월 17일 (악마를 보았다)

3.17일 비 우리 가족은 상처가 많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아니라, 숨길 수 없는 육체의 결함이다. 말하자면 장애인 가족이다. 아빠는 왼쪽 다리를 절뚝 거린다. 내 나이즈음에 기차에서 달걀, 맥주 등이 담겨있는 음식카트를 운반하다 선로에 떨어졌다고 한다. 다친 다리는 내 팔뚝보다 얇아서 마치 황새 다리 같다. 옷에 가려져 티나진 않지만, 걷기 시작하면 몸은 위아래로 흔들리고, 술 취한 날은 항상 왼쪽으로 쓰러진다. 그러면 아빠는 "어후우.."라는 한숨을 내쉰 뒤,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고 오른 다리부터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엄마도 다리에 문제가 있다. 화상이다. 청파동에 있는 작은 봉제공장에서 불이나, 뜨거운 섬유원료가 다리 위로 떨어져 그대로 굳어버렸다. 발목부터 무릎까지, 지렁이 여러 마리가 ..

중2 일기장 2023.01.13

대물림

아이는 출생이 불분명했다. 2살~3살 즈음 그의 아버지가 집으로 데려왔다. 고아원에서 입양한 것인지, 씨받이 친모가 있었는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태어났는지 알 수 없다. 아버지는 교육받지 못했고 막노동을 하며 살았다. 어머니는 재혼하기 전 낳은 중학생 아들이 있었다. 한마디로 이상적인 가정은 아니었다. 아이는 사랑받지 못했다. 아이 집에 가면 부모의 욕설과 폭언을 항상 들을 수 있었다. 소풍 도시락도 싸주지 않았고, 운동회나 참관수업에도 부모는 오지 않았다. 그들은 말했다 "아이 학자금을 준비하려면 부부가 함께 일할 수밖에 없다"라고. 아이는 정신적으로는 불안하고 육체적으로는 왜소하게 성장했다. 아이는 군 제대 직후 결혼했다. 급작스런 임신으로 인한 결혼이었지만 독립된 가정을 꾸리는 게 그 아이에게는..

편린 2022.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