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린

결국 혼자 남게 되더라도

수지 문지기 2022. 2. 5. 17:43

여생이 아니라 생을 산다

먹다 남은 케익조각 같은
남겨진 시간 따위는 없다

지금까지 난 회색이었고
앞으로 더 어두워지고
결국 혼자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처음처럼
눈앞의 케익을 먹어 치울 것이다
혀로 살살 녹여 단맛을 입에 가득 채우고
천천히 집어삼킬 것이다

그렇게 모든 걸 느끼고 살아야지
마지막까지 살아 있는 사람으로
작은 것을 사랑하며 살아야지

결국 혼자 남게 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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