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시절, 사촌 누나가 "사람은 다 죽어"라고 내게 말했다. 시크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나는 그때 너무 놀라서 엄마에게 달려가 "정말 모두 죽는거야? 라고 되물었고, 엄마는 아무말 없이 날 안아주었다. 11살 이었다. 집에서 기르던 백구가 얼어 죽고, 휠체어를 타고 놀이터에 오던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게 되자, 살아있는 건 결국 사라진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단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내 삶에서 죽음은 하나씩 실체화 되었다. 처음엔 이름 모른 친척이 죽었고, 그 다음엔 같이 살던 할머니가, 나보다 어린 사촌동생이 그리고 아버지가 죽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성당 묘지에 묻으며, 내게 "주님 곁으로 가셨다. 그곳에선 마음대로 걷고, 훈장 노릇을 하며 지낼게다. 이곳보다 좋을거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