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벌써 가을입니다. 저는 이제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긴소매를 입습니다. 태생적으로 몸이 차가워 기온이 떨어지면 금세 손끝과 발끝의 감각이 무뎌지는데, 그때부터 흘러버린 시간의 허무함과 혼자라는 외로움이 커집니다. 그래서 가을이 싫고 겨울이 되면 따뜻한 남쪽으로 떠나고 싶어 진답니다. 머, 떠나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지만요.
올해는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처음으로 자연스러운 만남을 해봤고 데이팅 앱에서 마음이 통했던 사람도 알게 되었지요. 그런데 제가 아름답지 않아서 인지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모두 떠나버렸습니다. 특이한 생명체를 대하듯 저를 관조하기만 해서 저는 마치 우리에 갇힌 동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앞에서는 몇 시간씩 웃고 이야기하는데 돌아서면 자기 생활을 하나도 말해주지 않거나, 바로 어제까지 한강 서머 나잇 콘서트를 가자고 해놓고선 당일 오전에 일신 상의 이유(공인인가?)로 만날 수 없다고 통보하는 것들이 저를 당황스럽게 했습니다.
사실 당황이란 감정은 아주 작았고 제가 더러운 쓰레기.. 아니 쓰레기는 아니고.. 쉽게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처럼 느껴졌습니다. 편의점 진열대에 가득 쌓여 제품명도 모른 채 팔려가는 싸구려 상품 말이죠. 저를 찾아주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 아직 쓰레기가 아닌 것에 만족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럴 땐 성숙한 중년 남성이 되어 허허 웃으며 아무것도 아니야, 이 또한 지나간다 등을 말하고 싶지만 저는 아이처럼 외롭다 외롭다만을 되뇌고 있습니다.
누군가 곁에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겠지요? 그리고 누구든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쓸쓸하지 않겠지요? 부럽습니다. 저도 아름다웠다면 누군가의 손을 잡고 따듯한 가을을 맞이 했을 텐데.. 현실은 카페에 혼자 앉아 이런 청승맞은 글만 쓰고 있습니다. 올 가을도 여전히 춥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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