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린

내 세계를 형성하련다

수지 문지기 2022. 9. 21. 20:25

2022년 9월 21일 맑음 (정신상태 맑음, 감기 기운 있음)

일기를 틈틈이 쓰기로 했다. 나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오늘 아침 주말에 뭐할까 고민하다 습관처럼 전시회를 찾아봤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전시회나 미술관을 많이 갔지만 별 의미는 없었던 것 같다. 시간 때우기 위해 작품 주변을 서성였을 뿐 감동을 받거나 여운이 남진 않았으니까. 그 이유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나만의 세계가 없어서인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 확인하고 싶은 것, 느끼고 싶은 것이 없기 때문에 어떤 작품에도 몰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 세계를 만드는 목적이 작품 감상을 위해서는 아니다. 그것보단 내 속에서 꿈틀대는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나는 어떤 세계를 펼치려 하나? 생각나는 키워드를 노트에 적어 봤다. "소외, 주변인, 관심받기, 짝사랑, 아무것도 되지 못함, 어떻게든 살아내기" 등이 쓰여졌다. 대부분 무겁고 부정적인 단어다. 나처럼 내 세계도 어둡다. 그래도 "살아내기"가 있으니 자살을 조장한다거나 염세주의에 빠지진 않겠지.

진실하게 적고자 한다. 세상의 도덕, 규칙, 에티켓은 일단 무시하고 존재하는 건 아픔이든, 더러움이든, 행복이든 드러낼 것이다. 비록 드러냄이 어떤 해결책을 주진 못하더라도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산다는 걸 알리고 싶다. 우리들 모두 으깨지고 부서져도 *자기 앞의 생을 살아야 하는 존재니까, 드러냄 그 자체가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신님,
제게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주시고
무덤덤하게 쓸 수 있는 능력을 주세요
처음으로 기도합니다.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 제목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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