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바람 심함 정학 15일, 방과 후 교무실 청소 15일. 멸치를 떄린 결과이다. 나는 보름 넘는 자유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새로운 봄 방학이 시작된 것이다. 무얼 할까 고민하다 처음 며칠은 도서관에서 소설책을 빌려 읽었다. 시간이 많으니까, 한두 페이지 읽고 주인공 모습을 그려보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상상도 해보았다. 혼자서 여유롭게 지내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얼마못가 지루해졌다. 수업 중에 몰래 보던 만화책의 재미를 따라갈 수 없었다. 역시 책을 읽고 사색하는 건, 바쁜 와중에 짬을 내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오후 2시가 되면 혼자 집에 남게 된다. 아빠는 새벽에 장사하러, 누나와 엄마도 학교와 방직공장으로 떠난다. 엄마는 11시 정도에 내가 먹을 점심을 준비한 후 나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