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린

오늘 하루도 위선자가 되어

수지 문지기 2022. 7. 20. 22:05

위선이 가득한 삶을 살았습니다.
저는 부모님과 선생님을 속이고 지금은 자신을 속이고 있습니다.

사랑받는 것,
구체적으로 말해 사람들이 제게 주는 관심은 삶의 이유였습니다.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고 거리에서 주운 돈을 경찰서에 돌려주며 다리 다친 친구 가방을 들어줬던 것 모두 관심받기 위해서였습니다. 나를 칭찬하는 사람에게 멋쩍게 웃으며 별일 아니라고 말했지만 귀는 항상 그들의 대화를 쫓았습니다. 아! 당신의 혀 위에서 저를 끝없이 씹어주세요 따위의 저질스러운 생각이 가득했고 배려 없는 에티켓을 익혔고 또 무언가 착한 척을 하였습니다. 

 

사랑에 중독된 저는 충실한 연구자가 되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얼굴을 바꾸며 상대가 원하는 이야기를 쏟아 내고 이를 위해 다양한 것을 배웠습니다. 성경을 정독해서 여름 성경학교에 강사로 활동했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은 뒤 사회적 약자를 이해하는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무신론자고 철거민은 본 적도 없습니다. 사실 그들에겐 조금도 관심 없죠. 단지 독실하고 깨어 있는 이미지를 갖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건 꽤 많은 사람이 원하는 거라 효과가 뛰어났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시간이 흘렀습니다. 유행 지난 옷이 버려지듯 얇게 쌓인 지식은 사라졌고 (이상하게도) 저를 칭찬했던 사람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관심받으려 했는데 정작 누구에게도 닿지 못했지요. 진실함이 없어서 일까요 아니면 거짓말이 미숙해서 일까요. 아직 답을 알지 못하는 저는 생각 없이 세상이 정한 규칙을 따르며 지냅니다. 그것이 다시 사랑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으며 오늘도 위선자의 하루를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지 않은 동료를 웃으며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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