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18년째 다니고 있는 회사의 마지막 출근길, 오래된 우리 집이 허물어지는 순간, 그리고 아끼던 사람과 작별할 때. 미래를 단정할 순 없지만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평소처럼 마지막을 맞이할 것 같다. 사라지는 게 슬프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별을 준비했을 테니, ‘음... 이제 끝이군’ 되뇌며, 남처럼 상황을 바라볼 것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거리 두는 법’을 익혔다. 일상을 나눴던 연인이 떠나고, 노력을 기울인 일들이 무의미해지는 경우를 겪으며, 결국 모든 건 사라진다. 남는 건 나 혼자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차피 혼자라면 마음을 다할 필요 없지. 다만 마지막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게, 몇 번이고 그때를 먼저 상상하자. 하나가 끝나면 새로운 하나가 시작되고, 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