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아 휴가를 내고 광화문에 왔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날 일하는 건 삶의 낭비 같아서요. 덕수궁을 걷고 싶었는데 휴관이어서 그 옆 돌담길로 향했답니다. 직장인 그리고 연인들이 나와서 벚꽃을 찍고 있었습니다. 평화로웠죠. 하지만 나는 그 길을 빠르게 지나쳐 정동극장에 도착했습니다. 가운데 텅 빈 공간이 있고 사람들은 가장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 녹아들고 싶어 아메리카노와 갈릭 브레드를 사서 나무 그늘이 있는 벤치에 자리 잡았습니다. 여유로웠습니다. 서울에 나만의 아지트를 발견한 것 같아 기뻤고 함께 올 누군가를 떠올리면 설레었습니다. 그러다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불확실한 사람을 기다리고 상상하는 제가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좋은 날, 슬픔이 커지는 건 싫어 당장 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