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 밤 11시 정각. 나는 통영으로 향한다. 벌써 세번째 방문. 똑같은 네 시간의 여행이 펼쳐질 것이다. 같은 길을 지나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골 마을에 도착. 그리고 첫 마을버스가 올 때까지 허름한 터미널을 서성이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6년 전 그리고 10년 전에도 그러했던 것처럼, 나는 창밖의 어둠이 흩어지길 기다릴 것이다. 출발 10분전. 편의점에 들러 차가운 생수와 뜨거운 캔 커피를 산다. 생수는 단지 목마름을 위한 예방약. 어지간해선 마시지 않는다. 손끝으로 뚜껑을 잡아 곧바로 가방에 넣은 후, 긴 여행에 온기를 줄 커피를 입에 담아 차에 오른다. 버스엔 사람이 가득하다. 가장 구석진 자리까지 둘러 앉아,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해댄다. 이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