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는 시시한 곳에서 살았다. 오래전 폐쇄된 방직공장이 흉물처럼 서있고, 그 주변을 낮고 허름한 집이 둘러싸고 있는 그런 동네였다. 방직공장이 한창인 시절에는 사람도 물건도 많았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활력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곳의 어른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눠졌다. 기회를 찾아 신도시로 향하는 사람들, 생업을 유지하며 재개발이 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변화에 둔감했던 우리 집은 후자였고, 나는 친구들이 떠난 골목을 혼자 지키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 동네에도 한 가지 자랑거리는 있었다. 바로 프로 야구장이다. 지역 야구팀(타이거즈)이 연속해서 우승을 하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예의 바르게 응원하다 어느 순간 만취해 상대 팀을 야유하고 안전그물 위로 이물질을 던져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