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눈은 풀려가고 있습니다. 감각은 희미해지고 소리는 약해지고 있습니다. 세상 가득한 적막 때문에 무엇이 현실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저는 걷고 있습니다. 알 수 없는 그곳에 닿으면 알 수 없는 행복이 있을 거라 믿으며 발 옮기고 있습니다. 저는 점점 아득해집니다. 이제 멈추면 될까요? 이제는 포기해도 될까요? 생각하니 편해지고 또 슬퍼집니다. 멈추면 무엇을 할까요? 항상 걸어왔던 삶인데. 멈추면. 그만두면. 저도 사라지는 거 아닐까요. 저기까지만 가보자. 미래의 행복이 아니라 내가 지금 숨쉬기 위해서. 저기까지만 가보자. 내가 할 수 있는 건 걷기 밖에 없어서. 그렇게 걷다 보면 결국 '저기'에는 닿지 못해도 저는 자연스레 멎어 무섭지 않게 사라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