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3

4월 4일 (학원에서 알게된 아이)

4월 4일, 완연한 봄 날씨 지난주부터 학원을 다니고 있다. 집 근처에 있는 고려 속셈학원에서 수학을 배우는 중이다. 아직 2학년 이긴 하지만, 내년에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면 틈틈이 공부를 해야 한다. 만일 연합고사에 실패해 공고나 실고에 가야 한다면 학교를 그만둘 생각이다. 촌스러운 교복을 입고 싶지도 않고, 쓸데없는 걸 배울 바엔 아빠와 장사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공고나 실고에 들어가면, 3학년부터 업체 실습에 나가서 거의 무보수로 일하다, 잘해야 그 작은 업체의 직원이 되는데 이런 빤한 삶을 살고 싶진 않다. 다행히 윤 선생님이 기본 개념과 문제풀이를 반복해 줘서, 서서히 수학에 눈 뜨고 있는 중이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학원이라 원장 선생님과 단과 선생님 모두 열심히다. 얼마 전에는 학원..

중2 일기장 2023.02.14

3월 22일 (아빠와 떠난 장사)

3월 22일, 맑지만 바람 "고무 다라이가 왔어요. 김장할 때, 애들 목욕시킬 때 쓰기 편한 다라이입니다. 농사 물을 받아 놓을 수 있는 대형 고무통도 있습니다. 밖에 나와 보세요. 다라이가 왔어요". 오늘 나는 아빠를 따라 장사하러 나왔다. 1.5톤 트럭뒤에, 다양한 크기의 붉은색 대야를 싣고 시골 마을을 지나는 중이다. 지금 시간은 11시, 아직 한 개도 팔지 못했다. 어제저녁 아빠가 안방에서 마이크를 만지작 거리는 걸 봤다. 처음엔 얼마 전에 산 노래방 기기를 트는 건가 했는데, 장사에 쓸 홍보용 테입을 녹음하는 중이었다. 전축과 마이크를 작동시키고, 종이에 적은 장사 멘트를 조심스레 읽고 있었다. 그런데 아빠는 녹음이 어색한지 계속 실수했다. 혀가 꼬이기도 하고, 멘트를 건너뛰기도 해서 30분 넘..

중2 일기장 2023.01.29

3월 13일 (중학생의 권태)

3월 13일 맑음 또, 일본 누드 잡지를 가져다 내게 내민다. 시시하다. 여자 몸을 보며 떠드는 건 애들이나 하는 짓인데, 친구들은 그걸 알지 못한다. 나는 벌써 중학교 2학년, 14살이다. 할머니 말에 따르면, 예전에는 색시를 얻어 장가갈 나이이다. 어엿한 어른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때 즐겨했던 놀이도 땅기지 않는다. 인목이와 NBA 농구를 흉내 내던 것도, 미용실 여자아이와 몰래했던 검은 별 놀이도 이제 흘러간 추억이 되었다. 어제는 철환이가 집에 찾아와 한참 동안 날 불렀지만 대꾸하지 않았다. 홀로 조용히 사색하며 등교하고 싶었으니까. 확실히 2학년이 되자 많은 게 변했다. 작년 겨울 12cm 넘게 크면서 세상을 내려볼 수 있게 되었다. 나를 '딴또'라고 놀려대던 애들도 이젠 날 존경으로 대한다...

중2 일기장 2023.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