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 2

3월 17일 (악마를 보았다)

3.17일 비 우리 가족은 상처가 많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아니라, 숨길 수 없는 육체의 결함이다. 말하자면 장애인 가족이다. 아빠는 왼쪽 다리를 절뚝 거린다. 내 나이즈음에 기차에서 달걀, 맥주 등이 담겨있는 음식카트를 운반하다 선로에 떨어졌다고 한다. 다친 다리는 내 팔뚝보다 얇아서 마치 황새 다리 같다. 옷에 가려져 티나진 않지만, 걷기 시작하면 몸은 위아래로 흔들리고, 술 취한 날은 항상 왼쪽으로 쓰러진다. 그러면 아빠는 "어후우.."라는 한숨을 내쉰 뒤,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고 오른 다리부터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엄마도 다리에 문제가 있다. 화상이다. 청파동에 있는 작은 봉제공장에서 불이나, 뜨거운 섬유원료가 다리 위로 떨어져 그대로 굳어버렸다. 발목부터 무릎까지, 지렁이 여러 마리가 ..

중2 일기장 2023.01.13

3월 13일 (중학생의 권태)

3월 13일 맑음 또, 일본 누드 잡지를 가져다 내게 내민다. 시시하다. 여자 몸을 보며 떠드는 건 애들이나 하는 짓인데, 친구들은 그걸 알지 못한다. 나는 벌써 중학교 2학년, 14살이다. 할머니 말에 따르면, 예전에는 색시를 얻어 장가갈 나이이다. 어엿한 어른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때 즐겨했던 놀이도 땅기지 않는다. 인목이와 NBA 농구를 흉내 내던 것도, 미용실 여자아이와 몰래했던 검은 별 놀이도 이제 흘러간 추억이 되었다. 어제는 철환이가 집에 찾아와 한참 동안 날 불렀지만 대꾸하지 않았다. 홀로 조용히 사색하며 등교하고 싶었으니까. 확실히 2학년이 되자 많은 게 변했다. 작년 겨울 12cm 넘게 크면서 세상을 내려볼 수 있게 되었다. 나를 '딴또'라고 놀려대던 애들도 이젠 날 존경으로 대한다...

중2 일기장 2023.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