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일 비 우리 가족은 상처가 많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아니라, 숨길 수 없는 육체의 결함이다. 말하자면 장애인 가족이다. 아빠는 왼쪽 다리를 절뚝 거린다. 내 나이즈음에 기차에서 달걀, 맥주 등이 담겨있는 음식카트를 운반하다 선로에 떨어졌다고 한다. 다친 다리는 내 팔뚝보다 얇아서 마치 황새 다리 같다. 옷에 가려져 티나진 않지만, 걷기 시작하면 몸은 위아래로 흔들리고, 술 취한 날은 항상 왼쪽으로 쓰러진다. 그러면 아빠는 "어후우.."라는 한숨을 내쉰 뒤,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고 오른 다리부터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엄마도 다리에 문제가 있다. 화상이다. 청파동에 있는 작은 봉제공장에서 불이나, 뜨거운 섬유원료가 다리 위로 떨어져 그대로 굳어버렸다. 발목부터 무릎까지, 지렁이 여러 마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