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만남 2

*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너는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죽인다 무표정하게 앞에 앉아 다른 남자와 카톡을 하고 말도 없이 술집을 나가 전자담배를 빨아댄다 다만 너는 아름답기 때문에 나는 피지 않는 담배를 빌려 너와 함께 빨아댄다 니코틴 때문인가 5월 밤의 기분 좋은 선선함 때문인가 너는 기습적으로 다가와 팔짱을 끼고 오빠라고 나를 부른다 나는 수많은 오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너는 아름답기 때문에 그리고 내 품에 있기 때문에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너는 나를 죽이고 간다 카톡에서도 가상공간에서도 사라져 닿지 않는다 이런 엔딩을 예감했다 우린 결이 달라 처음부터 오래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쫓기면서도 빛을 내는 반딧불이처럼 아름다움을 쫓는 것은 나의 본성이기에 다가설 수밖에 없었다 너는 너무 아름다웠다. * 나태주 시 제목 ..

2022.02.16

여름밤 청계천에서 너와 나

위험하지도 않은 청계천 징검다리를 손 잡고 걸었다 건너서도 모르는 척 손을 놓지 않았다 취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분위기 물소리에 녹아내리는 사람들의 대화 냇물에 비추는 몽롱한 야경 그리고 한 손에 잡힐 듯 얇은 발목을 드러내며 곁으로 곁으로 다가오는 네가 좋았다 이 미묘한 공기를 깨고 싶지 않아 대화도 없이 눈도 마주치지 않고 한참을 손만 잡고 걸었다 거짓말 가득한 그날 밤 청계천은 더 반짝이고 네가 더 사랑스럽고 나는 더 떨렸다

2022.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