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외할아버지가 드디어 이사를 하셨습니다. 할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아 오랫동안 혼자 계셨는데, 이제 마음이 바뀌셨는지 함께 산다고 하십니다. 늘 그렇듯 할머니는 소리 높여 찬송가를 트시는데 할아버지가 잘 버티실지 걱정입니다. 이사 날에는 어머니와 함께 할아버지를 모시고 와서 깔끔하게 준비된 할머니 옆방으로 안내해 드렸습니다. 그날은 예보에 없던 가을비가 내려 손은 차고 물에 젖은 발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이상하지요. 왜 이사 날에는 항상 비가 오는지. 아버지 오늘은 가을이 끝나는 날 상강(霜降)입니다. 저는 어제처럼 얇은 가디건을 입고 밖을 나왔는데, 새벽 공기에 몸이 떨리며 문득 아버지의 이사 날이 떠올랐습니다. 소리 없이 내리던 이슬비, 잔디 위에 고인 투명한 물방울, 그리고 사람들이 담배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