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과 단상

작가는 호흡하듯 글을 써야 한다

수지 문지기 2023. 3. 5. 08:39

나는 당신에게 "작가는 글을 써야 한다"라고 거듭 충고했을 것입니다. 그 말은 결코 걸작 한 편을 쓰라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걸작 한 편만 쓸 수 있다면 죽어도 좋다, 그런 글은 없습니다. 작가는 걸음을 걷듯이 항상 글을 써야 한다는 뜻으로 말한 것입니다. 생활과 같은 속도로, 호흡과 같은 박자로, 끊임없이 걸어가야 합니다.

 

어디까지 가면 한숨 돌릴 수 있을까, 이걸 한 편 쓰면 당분간은 으스대며 게으름 피워도 될까. 그런 건 학교 시험공부 같은 것이고,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우습게 보는 겁니다. 지위나 자격을 얻으려고 작품을 쓰는 것도 아니겠지요. 살아가는 것과 같은 속도로, 안달하지 않고 게으름 피우지 않고, 끊임없이 글을 써 나가야 합니다. 졸작이니 걸작이니 범작이니 하는 것은 훗날 사람들이 각자의 취향에 따라 정하는 것입니다. 작가가 되돌아가서 그 평가에 참견하는 모습은 이상합니다. 작가는 신경 쓰지 말고 걸어가면 됩니다. 50년, 60년, 죽을 때까지 걸어가야 합니다. 적어도 '걸작' 한 편은 쓰겠다고, 죽을 둥 살 둥하고 있다면, 그건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걸작을 쓰고 쉬고 싶다, 자살하는 작가 중에 이런 걸작 의식의 희생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바람의 소식)


목표를 향해 순간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건 쉬운 일이다. 그 시간만 집중하면 되니까. 하지만 소중한 걸 꾸준히 행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끝없이 솟아나는 의심을 억누르며 자길 헌신해야 가능하다. 아름다움은 서서히 완성된다. 순간의 치기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