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서 가을로

수지 문지기 2022. 1. 23. 09:36

-여름에서 가을로

한낮은 여름 열기 가득해도
새벽은 벌써 가을이구나

나무는 색을 변화시킬 준비하고
매미는 짝짓기 후 죽어가네

의식하지 못한 사이 해는 짧아지고,
에어컨을 활용하는 날이 줄어들고,
긴 소매 입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러다 갑자기 가을 되겠지

나도 모르게 어른 된 것처럼
이 여름도 순식간에 사라지겠지

사람들은 시원한 가을 좋아하겠지만
나는 뜨거운 여름을 기억하고 싶어
변화하는 지금을 생생히 느끼고 싶어

(시를 쓰며 생각)
삶이 단축되는 것을 느낀다. 올해의 1년은 항상 작년보다 짧다. 인생에 있어 멋진 시간은 찰나인데 오직 그 순간을 위해 사는 게 낭비인 것 같다. 목표를 잡아 매진하고, 에너지를 쏟아내고, 그래서 성취를 이뤘을 때 뿌듯함보다 공허만이 남았다. 나는 꽃 피는 것도 오리와 너구리 가족이 탄천을 가로지르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외로웠다. 

일상의 작은 것에 관심을 가져보기로 했다. 매서운 겨울바람도 눅눅한 여름비도 피하지 않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보내지 않았다. 그냥 지켜보았다. 한여름 난잡하게 울고 있는 매미가 보였다. 잠 깨우는 매미가 싫어 빨리 없어지길 바랐다. 마침내 땅바닥에 뒤틀려 죽어가는 그들을 봤을 때 미안한 마음이 솟구쳤다. 그들은 짧고 강력하게 생명을 잇고 사라졌다. 매미의 생명 앞에 나의 짜증은 초라했다. 순간 생각했다.

“다 그런 것 아닐까?..”

내게 무의미한 시간, 짜증 나는 순간에도 아름다움은 가득한 것 아닐까. 찰나에도 의미를 찾는다면 항상 행복하지 않을까.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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