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눈사람
아이들이 재잘거린다
아파트 공원에 모여
새하얀 눈 보며 뛰어다닌다
그러다 부모와 함께 눈사람 만든다
아빠가 눈 모아 반죽하면
아이는 나뭇가지 주워 손 만든다
제법 예쁘게 만들어진 눈사람
가족은 곁에 모여
찰칵 행복한 추억 남긴다
그러다, 점심 되어 사람은 모두 떠나고
눈사람만 홀로 서 있다
비 와서 팔은 떨어져 나가고
눈은 지워지고 점점 작아지는 그
더 이상 눈사람이 아닌
그냥 흔적이 되어버린 그
아이가 곁에 와 만지려하자
아빠가 말한다 "만지지 마"
"왜?"
"더럽잖아"
그는 이제 더러운 "것" 되었다
오전에는 가족의 기쁨
오후에는 더러운 쓰레기
새 눈 오면,
다시 눈사람 만들겠지
다시 더럽다 말하며 사라지길 바라겠지
행복한 눈사람
녹으며 울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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