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눈사람

수지 문지기 2022. 1. 23. 10:05

행복한 눈사람

아이들이 재잘거린다
아파트 공원에 모여 
새하얀 눈 보며 뛰어다닌다

그러다 부모와 함께 눈사람 만든다
아빠가 눈 모아 반죽하면
아이는 나뭇가지 주워 손 만든다

제법 예쁘게 만들어진 눈사람
가족은 곁에 모여 
찰칵 행복한 추억 남긴다

그러다, 점심 되어 사람은 모두 떠나고
눈사람만 홀로 서 있다

비 와서 팔은 떨어져 나가고
눈은 지워지고 점점 작아지는 그

더 이상 눈사람이 아닌
그냥 흔적이 되어버린 그

아이가 곁에 와 만지려하자
아빠가 말한다 "만지지 마"

"왜?"
"더럽잖아"

그는 이제 더러운 "것" 되었다

오전에는 가족의 기쁨
오후에는 더러운 쓰레기

새 눈 오면,
다시 눈사람 만들겠지
다시 더럽다 말하며 사라지길 바라겠지

행복한 눈사람
녹으며 울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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