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다들 흐린 하늘에 짓눌리기라도 했나 싶을 만큼 하나같이 키가 작았다. 그리고 그 마을 변두리의 음산한 풍경을 닮은 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아이들은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쳐다보며 한꺼번에 손을 들어 올리더니, 애처로운 목을 한껏 젖히며 뭔지 모를 고함소리를 열심히 질러댔다. 그런데 그때였다. 창밖으로 몸을 반쯤 내민 그 여자아이가 부르튼 손을 불쑥 내밀어 힘껏 좌우로 흔드는가 싶더니, 순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따스한 햇빛 색으로 물든 귤이 대여섯 개쯤, 기차를 배웅하는 아이들 위로 후두두둑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이 멎었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여자아이, 아마도 이제부터 남의 집살이를 하러 가는 그 여자아이는 품속에 넣어 둔 몇 개의 귤을 창밖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