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어요 네모반듯한 교정 한구석에 늘어선 양버즘나무들이 천천히 그늘을 움직이고 양버즘나무 그늘의 중심에 숨은 매미 떼가 쉬지 않고 울어대는 꿈이었습니다 하늘 가득 거대한 여객기들이 유유히 줄지어 돌아오는 꿈이었어요 너무나 거대했던 나머지 하늘은 보이지 않고 여객기들과 그것들이 남긴 비행운만 섬섬이 빛나는 그럼 꿈이었어요 그들의 활주로가 어느 쪽으로 놓여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낮고 느린 비행이 우리에게 잇따른 안착을 꿈꾸게 하는 그런 꿈이었습니다 운동장에 늘어선 우리는 입을 벌린 채 탄성을 내지르며 공중을 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여객기의 좁은 창문들 새로 얼핏 보일 것 같은 여행자들의 벅찬 마음을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때였어요 대열의 끝에서 여객기 하나가 항로를 벗어난 것은 한껏 바람을 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