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2

2.인간 실격 - 익살 없이 행복해지고 싶지만

두 번째 수기 "나도 그릴 거야. 도꺠비 그림을 그릴 거야. 지옥의 말을 그릴 거야."라고 왠지 모르지만 아주 낮은 목소리로 다케이치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봐도 흠칫할 정도로 음산한 그림이 완성되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가슴속에 꼭꼭 감추고 감추어 온 내 정체다. 겉으로는 명랑하게 웃으며 남들을 웃기고 있지만 사실 나 이렇게 음산한 마음을 지니고 있어. 이 사기범의 아내(스네코)와 보낸 하룻밤은 저한테는 행복하고 해방된 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단 하루밤이었습니다. 아침에 잠이 깨어 일어난 저는 원래대로 경박하고 가식적인 익살꾼이 되어 있었습니다.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솜방망이에도 상처를 입는 것입니다. 행복에 상처를 입는 일도 있는 겁니다. 저는 상처 입기 전에 얼른 이대로 헤어지고 싶..

명문과 단상 2022.08.05

1.인간 실격 - 익살로 세상을 살아간다

서문 나는 그 사나이의 사진 석장을 본 적이 있다. 한 장은 그 사나이의 유년 시절이라고나 해야 할까, 열 살 전후로 추정되는 때의 사진인데, 굵은 줄무늬 바지 차림으로 여러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정원 연못가에 서서 고개를 왼쪽으로 삼십 도쯤 갸우뚱 기울이고 보기 흉하게 웃고 있다. 통속적인 '귀염성' 같은 것이 그 아이의 웃는 얼굴에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추에 대한 감식안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언뜻 보기만 해도 몹시 기분 나쁘다는 듯이 "정말 섬뜩한 아이군". 하면서 송충이라도 털어내듯 그 사진을 내 던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것은 원숭이다. 웃고 있는 원숭이다. 두 번째 사진 속의 얼굴. 그건 또 깜짝 놀랄 만큼 변해 있다. 이번 미소는 주름투성이의 원숭이 웃음이 아니라 꽤 능란한 미..

명문과 단상 2022.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