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2

달리는 이유(하루키)

1. 세상에는 때때로 매일 달리고 있는 사람을 보고, "그렇게까지 해서 오래 살고 싶을까" 하고 비웃듯이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이지만 오래 살고 싶어서 달리고 있는 사람은 실제로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설령 오래 살지 않아도 좋으니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은 온전한 인생을 보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달리고 있는 사람이 수적으로 훨씬 많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같은 10년이라고 해도, 멍하게 사는 10년보다는 확실한 목적을 지니고 생동감 있게 사는 10년 쪽이, 당연한 일이지만 훨씬 바람직하고, 달리는 것은 확실히 그러한 목적을 도와 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

명문과 단상 2023.10.09

사람, 사물, 관념과 거리를 두는 것

누군가 나를 부른다. 내가 필요하거나 내게 관심 있어서. 사람들은 그걸 사랑이라 표현하고 때문에 불러주는 건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호명되는 순간 나는 한정된다. 아들 또는 오빠로서 역할이 주어지고 그 길을 가야 한다. 어쩌면 호칭은 사랑이 아니라 부르는 사람이 나를 마음것 쓰기 위한 족쇄 일지 모른다. 그런데 아무도 나를 찾지 않으면 그건 너무 외롭다. 나는 족쇄를 싫어하면서도 원한다. 호명되지 않는 기쁨 (정다연) 부드러운 어둠 속에서 나는 호명되지 않은 채 길을 걸어 아무도 지금 내가 어떤 모자를 쓰고 있는지, 내 머릿속에 어떤 구름이 자리 잡고 있는지, 그것이 어떤 이름인지 알 수 없지 아무도 그것을 궁금해하지 않아도 돼 우리는 서로를 멈춰 세우지 않고도 그대로 스쳐 지나갈 수 있어 섣불리 부를 ..

명문과 단상 2022.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