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별 후 첫 마음
넌 나를 반품 시켜버렸어
포장도 고이 개어 놓지 않은 채
네 방에서, 네 욕조에서, 네 자동차에서
마음껏 쓴 후 던져 버렸어
벌거벗겨진 쓰레기 같은 나.
나는 이제 아무도 찾지 않아서
진공의 소각장으로 향해지고 있어
싸구려 포장지로 날 감싸 줬다면
나는 죽지 않았을 텐데
너,
환히 미소짓고 있는 너는
거지 같은 x야.
(2) 이사 후 첫날 밤
가구 들어오고
차가웠던 방바닥에 온기 퍼져도
여전히 공기는 싸늘합니다
새집에는 설렘도
자장면 나눌 사람도 없습니다
지쳐 누운 한 남자뿐입니다
추운 밤 당신이 미워져
한때 소중한 물건 봉투에 담아
버리러 나갑니다
막상 내던지려 하니 마음 아프고
그냥 두려 하니 그대가 선명해집니다
“아.. 어떡해..”
하는 수 없이 다시 풀어
종이 박스에 욱여넣고
대피 공간에 밀어 넣습니다
왜 버리지 못 했을까요? 얼마나 더 놔둬야 할까요?
우리, 만남이 필요합니다
이별을 완성하려 재회해야 합니다
만나요. 시간이 서로를 없애기 전에
(3) 상상속의 첫 재회
우리가 재회 한다면
매섭게 눈 내리는 겨울밤이 좋겠어요
눈에 내 눈멀어
당신 모습 보이지 않고,
바람에 내 귀먹어
당신 목소리 들리지 않게요
그래서 촌스럽게 울지 않고
쿨하게 미뤄둔 이별 마무리해요
마지막으로 저를 돌아서면
머플러 매어 드릴게요
첫 만남 때 제게 준 당신 사랑
이제 풀어서 되돌려드릴게요
춥지 않게 가세요
아니, 따뜻하게 돌아가세요
저도 과거의 당신과 함께
혼자 돌아서겠습니다
이제 정말 이별입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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