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부지...
아마도 나는.. 언젠가 마흔이 넘으면..
서울이 아닌 어느곳에 작은 내 집이 있고...
빨래를 널어 말릴 마당이나.. 그게 아니면 작은 서재가 있고..
아이는 하나.. 아니면 둘?
운이 좋으면 내 이름의 책.. 전혀 안팔리는 책이어도 좋은..
그 책이 서점 구석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그게 실패하지 않는 삶이라고..
그렇게 믿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무엇이 이토록 두려운 걸까요..
아부지 ... 어쩌면 나는..
아부지한테 언젠가 이 말을 하게 되는 일이...
사는 내내..가장 두려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아부지 나는..40년이 넘는 시간동안..
아무것도 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무것도 되지 못한 그 긴 시간 동안...
내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 같아요..
* 인간실격-부정(여주인공)의 독백 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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