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작년엔 아무 일도 없었다.
재작년에도 아무 일 없었다.
그 전해에도 아무 일 없었다.
이런 재미있는 시가 전쟁이 끝난 직후 어느 신문에 실렸는데 지금 떠올려도 참으로 온갖 일들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역시나 아무 일 없었던 것도 같다. 나는 전쟁에 관한 추억은 이야기하는 것도 듣는 것도 싫다. 많은 사람이 죽었음에도 진부하고 지루하다.
18년 간 몇 번의 이사를 하고 차와 집을 사고 적지 않은 연인을 만났다. 그런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물질적 풍요로움은 금방 익숙해져서 처음부터 이 상태였던 것 같고, 가족을 꾸리지 못했기 때문에 결혼의 기쁨과 의무감도 알지 못한다. 세월이 흘러 몸이 쇠약해진 것만 빼곤 근본적으로 변한 건 없는 것 같다. 아.. 약해진다는 게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인가? 그럴지도..
'명문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양 - 삶으로 부터 해방 (0) | 2022.09.14 |
---|---|
사양 - 연애 요청 편지 (0) | 2022.09.13 |
4.인간 실격 - 무구한 신뢰심은 죄인가? (0) | 2022.08.12 |
3.인간 실격 - 세상에 대한 정의 (0) | 2022.08.06 |
2.인간 실격 - 익살 없이 행복해지고 싶지만 (0) | 2022.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