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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안 되겠어. 먼저 갑니다.
난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그걸 도무지 알 수 없어요.
살고 싶은 사람만 살면 돼요.
인간에게는 살 권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죽을 권리도 있을 테죠.
나의 이런 생각은 전혀 새로울 게 없고 너무나 당연해서 그야말로 근원적인 사실인데도, 사람들은 이상하게 두려워하면서 분명하게 대놓고 말하지 않을 뿐입니다.
살고 싶은 사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씩씩하게 살아남아야 하고, 이는 멋진 일이며 인간의 명예라는 것도 틀림없이 여기에 있겠지만 죽는 것 또한 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나라는 풀은 이 세상의 공기와 햇빛 속에서 살기 힘듭니다. 살아가는데 뭔가 한 가지, 결여되어 있습니다. 부족합니다. 지금껏 살아온 것도 나로선 안간힘을 쓴 겁니다.
누나.
내겐 희망의 지반이 없습니다. 안녕.
결국 내 죽음은 자연사입니다. 사람은 사상만으로 죽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한 가지, 아주 쑥스러운 부탁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유품인 삼베 기모노. 그걸 내년 여름에 내가 입을 수 있게 누나가 수선해 주셨잖아요? 그 기모노를 내 관에 넣어 주세요. 입어 보고 싶었거든요.
날이 밝았습니다. 오래도록 고생만 끼쳤습니다.
안녕.
간밤의 취기는 말끔히 가셨습니다. 나는 맨정신으로 죽습니다.
한번 더, 안녕.
누나.
나는 귀족입니다.
나오지는 결국 귀족으로 죽었다. 나는 자유인으로 죽고 싶다. 오래전, 내가 죽을 때 무엇이 나를 위로해주나 고민한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의 눈빛이나 목소리로 위로받고 싶지만, 그때도 혼자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내 삶을 인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내린 선택이 모여 최후의 나를 만들었을 테니까, 가능한 많은 선택을 내 의지대로 행하며 살고 싶다. 그러다 마지막 순간이 오면 이렇게 말하는거지.
"이게 내가 선택한 결과군. 허무하네."
"그래도, 나는 자유인으로 살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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