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과 단상

오롯이 버텨야 할 때

수지 문지기 2022. 10. 2. 19:06

여행을 잘하는 사람은 생활에서도 절대 실패하는 법이 없다.

여행이 서투른 사람이 여행하는 동안 가장 쩔쩔맬 때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차 안에서 머무는 시간일 것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인생에서 몇 시간 동안 '내려와 있는' 상태이다. 그새를 참지 못하고 차 안에서 위스키를 마시고, 그래도 끝내 견디지 못해 차에서 내려 자기 힘으로 가겠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소위 '여행을 잘하는' 사람은 차를 타고 있는 동안, 즐긴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 시간 동안 마음을 비울 수는 있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굉장한 말로 표현해도 좋을 만큼 대단한 능력이다. 사람들은 이 능력에 전율을 느끼기에는 무척이나 둔하다. 움직임이 있는 것, 그것은 세상의 저널리스트들에게 종종 호평을 받는다. 하지만 움직임이 없는 것, 그 노력에 대해서는 불감증이 아닌가 싶을 만큼 눈이 멀었다. (다자이 오사무 - 이부세 마스지 선집)


나는 머리 위의 전자시계를 올려다보았다. 발차할 때까지는 아직 3분 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배웅하는 사람에게 차가 떠나기 전의 3분만큼 난처한 것은 없다. 해야 할 말은 전부 다 해버렸고, 그저 허무하게 얼굴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다자이 오사무 - 열차)


때로는 기다리는 게 전부일 때가 있어
무의미한 시간 낭비처럼 느껴져도
버티는 게 전부인 순간이 있지

나는 그 시간을 잘 알고 있지만,
여기다 적진 않을래
너무 슬퍼지니까 말이야

그리고
너도 이미 알고 있을 테니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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