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린

정신 패배(?)의 날

수지 문지기 2022. 11. 12. 21:19

어떤 사람은 사랑에 빠지면 글이 좋아지고, 어떤 사람은 아예 쓰지 않게 된다.

한 번도 감탄해본 적 없는 사람의 글. 언제나 감정이 과하다고 생각했던 글이, 오늘은 좋았다. 사랑을 한다고 하더니 과연, '사랑'이란 단어가 하나도 없는데 그 모습을 느끼게 만든다. 본래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었나? 나는 누군가에 빠지면, 평소 쓰던 단어도 생각나지 않고 한 문장도 적을 수 없는데. 손에 쥔 행복이 사라질까 두려워 전전긍긍하다, 아 이제 사랑이 떠나는군 느낌이 오면, 연애편지 비슷한 것을 적어 보지만 언제나 실패하고, 시간이 흐른 뒤 감정을 하나씩 떠올리며 글로 옮기는데, 이 사람은 사랑을 하며 글이 함께 밝아지고 있다. 마음이 온전히 하나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혼자 패배감에 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