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과 단상

2.인간 실격 - 익살 없이 행복해지고 싶지만

수지 문지기 2022. 8. 5. 10:29

두 번째 수기

"나도 그릴 거야. 도꺠비 그림을 그릴 거야. 지옥의 말을 그릴 거야."라고 왠지 모르지만 아주 낮은 목소리로 다케이치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봐도 흠칫할 정도로 음산한 그림이 완성되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가슴속에 꼭꼭 감추고 감추어 온 내 정체다. 겉으로는 명랑하게 웃으며 남들을 웃기고 있지만 사실 나 이렇게 음산한 마음을 지니고 있어.


이 사기범의 아내(스네코)와 보낸 하룻밤은 저한테는 행복하고 해방된 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단 하루밤이었습니다. 아침에 잠이 깨어 일어난 저는 원래대로 경박하고 가식적인 익살꾼이 되어 있었습니다.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솜방망이에도 상처를 입는 것입니다. 행복에 상처를 입는 일도 있는 겁니다. 저는 상처 입기 전에 얼른 이대로 헤어지고 싶어 안달하며 예의 익살로 연막을 쳤습니다.

저는 지금까지도 전례가 없을 정도로 끝도 없이 술을 마셨고, 어질어질 취해서는 쓰네코와 마주 보며 서글픈 미소를 나눴습니다. 글쎄, 듣고 보니 이건 묘하게 지쳐 빠진 궁상맞은 여자로군 하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없는 사람끼리의 동질감 같은 것이 치밀어 올라와서 쓰네코가 사랑스러우면서 불쌍했고,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미약하나마 사랑의 마음이 싹트는 것을 자각했습니다.

여자는 죽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살아남았습니다.

친척은 고향에서 아버지를 비롯한 온 집안 식구가 격노하고 있으니 이젠 생가로부터 의절당할지도 모른다고 저한테 말하고는 돌아갔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런 것 보다는 죽은 쓰네코가 그리워서 훌쩍훌쩍 울고만 있었습니다. 정말로 그때까지 만났던 숱한 사람들 중에 그 궁상맞은 쓰네코만을 좋아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