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 누워 몸을 움직일 수 있었을 때는 애써 병이 괴롭다고 생각하지 않고 무심하게 누워서 지냈지만, 요즘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니, 정신의 번민으로 거의 날마다 미치광이처럼 괴로워한다.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에 이런저런 궁리도 해 보고,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도 본다. 점점 더 괴롭다. 머리가 우지끈거린다. 더는 견딜 수가 없어, 참고 참다가 끝내 파열한다. 이제 이렇게 되면 어쩔 수가 없다. 절규. 통곡. 점점 더 절규한다. 점점 더 통곡한다. 이 괴로움, 이 고통은 어떻게 형용할 수가 없다.
차라리 정말로 미치광이가 되어 버리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만약, 죽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 무엇보다 내가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죽을 수도 없고, 죽여줄 사람도 없다. 낮의 고통은 밤이 되면 드디어 잠잠해지고, 겨우 졸음이 찾아왔을 때는 그날의 고통이 끝남과 함께 다음 날 아침 일어날 때 고통이 걱정스러워진다. 아침에 일어날 때만큼 괴로운 때가 없다. 누군가 이 고통을 덜어 줄 사람은 없을까, 누군가 이 고통을 덜어 줄 사람은 없을까. (1902년)
[Q] 병자에겐 사는 게 지옥이다. 이런 고통을 견디는 것도 인간에게 주어진 소명일까?
[A] 소명은 아니겠지. 누가 생을 선물한 것도 아닌데, 달성해야 할 목적 따윈 없을 것이다. 쓸데없는 도덕률에 갇혀 무의미한 고통을 연장하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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