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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눈사람

행복한 눈사람 아이들이 재잘거린다 아파트 공원에 모여 새하얀 눈 보며 뛰어다닌다 그러다 부모와 함께 눈사람 만든다 아빠가 눈 모아 반죽하면 아이는 나뭇가지 주워 손 만든다 제법 예쁘게 만들어진 눈사람 가족은 곁에 모여 찰칵 행복한 추억 남긴다 그러다, 점심 되어 사람은 모두 떠나고 눈사람만 홀로 서 있다 비 와서 팔은 떨어져 나가고 눈은 지워지고 점점 작아지는 그 더 이상 눈사람이 아닌 그냥 흔적이 되어버린 그 아이가 곁에 와 만지려하자 아빠가 말한다 "만지지 마" "왜?" "더럽잖아" 그는 이제 더러운 "것" 되었다 오전에는 가족의 기쁨 오후에는 더러운 쓰레기 새 눈 오면, 다시 눈사람 만들겠지 다시 더럽다 말하며 사라지길 바라겠지 행복한 눈사람 녹으며 울고 있네.

2022.01.23

여름에서 가을로

-여름에서 가을로 한낮은 여름 열기 가득해도 새벽은 벌써 가을이구나 나무는 색을 변화시킬 준비하고 매미는 짝짓기 후 죽어가네 의식하지 못한 사이 해는 짧아지고, 에어컨을 활용하는 날이 줄어들고, 긴 소매 입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러다 갑자기 가을 되겠지 나도 모르게 어른 된 것처럼 이 여름도 순식간에 사라지겠지 사람들은 시원한 가을 좋아하겠지만 나는 뜨거운 여름을 기억하고 싶어 변화하는 지금을 생생히 느끼고 싶어 (시를 쓰며 생각) 삶이 단축되는 것을 느낀다. 올해의 1년은 항상 작년보다 짧다. 인생에 있어 멋진 시간은 찰나인데 오직 그 순간을 위해 사는 게 낭비인 것 같다. 목표를 잡아 매진하고, 에너지를 쏟아내고, 그래서 성취를 이뤘을 때 뿌듯함보다 공허만이 남았다. 나는 꽃 피는 것도 오리와 너구리..

2022.01.23

일상 속 내 마음

-아침에는 평안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었다. 몽롱한 정신이 밝아져 평범한 내가 되어갈 때 좀 더 여유롭고 싶다. 물을 끓여 도라지 차를 내린다. 한 모금은 입을 헹구고, 두세 번째 모금은 마시고, 나머지는 모두 버린다. “버려진 것”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몸속에서 따듯하게 섞이지 못하고, 차가운 철 위에 혼자 식어가니까. 1~2초 정도 불편한 감정이 지나간다. 하지만 내 몸에 온기가 퍼지면 “그것”은 금세 잊혀 버린다. 여유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으니까. -너를 볼 때면 그녀에게 다가서고 싶은 마음과 체통을 지키라는 마음이 충돌한다. 일상 대화를 하며 그 사람을 알고 싶을 뿐인데, 이 세상에는 제약이 너무 많다. “아니다”, 단지 대화만 원했으면 이렇게 부담되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이 무거운 건, 그를..

에세이 2022.01.23

이별 후 마음 변화

(1) 이별 후 첫 마음 넌 나를 반품 시켜버렸어 포장도 고이 개어 놓지 않은 채 네 방에서, 네 욕조에서, 네 자동차에서 마음껏 쓴 후 던져 버렸어 벌거벗겨진 쓰레기 같은 나. 나는 이제 아무도 찾지 않아서 진공의 소각장으로 향해지고 있어 싸구려 포장지로 날 감싸 줬다면 나는 죽지 않았을 텐데 너, 환히 미소짓고 있는 너는 거지 같은 x야. (2) 이사 후 첫날 밤 가구 들어오고 차가웠던 방바닥에 온기 퍼져도 여전히 공기는 싸늘합니다 새집에는 설렘도 자장면 나눌 사람도 없습니다 지쳐 누운 한 남자뿐입니다 추운 밤 당신이 미워져 한때 소중한 물건 봉투에 담아 버리러 나갑니다 막상 내던지려 하니 마음 아프고 그냥 두려 하니 그대가 선명해집니다 “아.. 어떡해..” 하는 수 없이 다시 풀어 종이 박스에 욱여..

2022.01.23

* 당신은 언제 어른이 되지

행복 따위 꿈꾸지 않기. 소식에 놀라지 않기. 어쨌든 슬퍼하지 않기. 그와의 사진 속에서 살지 않기. 차가워지는 연습을 하자. 이제 그만 두자는 말처럼 짧고 가볍게, 그리고 관심 두지 않기 혹 시간이 나거든 휴가를 내고 시드니에 가서 오페라 하우스 앞에 앉는 거야. 사진 찍고 피시앤칩스 먹고 돌아오는 거지. 그날 이후는 궁금해하지 않기로. 그리움은 어린아이의 것이야. 잘 생각해. 너는 떠올리면 안 돼. 떠올리면 그도 나를 생각할까? 이런 거 기대할 거잖아. 뻔해, 그는 이미 어른이 되었을 텐데. 가끔 기도는 할게. 너의 슬픔이 너를 완전히 감싸지 않기를. 그러니까 다시는 가슴 설레이지 않기. 이별은 계속되고 또 새로울 거니까. 이렇게 말해도 너 다시 할 거지? 다시 사랑해. 그렇지만 불타는 배에서는 뛰어..

2022.01.23